솔직히 저는 학교가 수학여행을 이렇게까지 꺼린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소풍 한 번 제대로 못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처음엔 설마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히 학교 의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사에게 쏟아지는 책임 부담과 학부모의 이중적 태도가 맞물린, 꽤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사라지는 진짜 이유
현장체험학습(EFL, Experiential Field Learning)이란 교실 밖에서 실제 환경을 통해 지식과 사회성을 동시에 익히는 교육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교과서로는 절대 전달할 수 없는 감각과 경험을 몸으로 직접 배우는 수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이 현장체험학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제가 보기엔 딱 하나입니다. 바로 교사에게 모든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아이 하나가 넘어져 무릎을 긁어도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고, 심한 경우 교권침해(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수준의 압박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실제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 안전사고의 상당수가 체육 활동이나 야외 활동 중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이후 교원이 민사·형사 책임을 함께 지게 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이러니 선생님들이 소풍 한 번을 계획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대통령 발언이 짚은 핵심, 그리고 제가 느낀 것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꺼냈을 때, 저는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구더기 생길까 봐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는 비유가 정확히 지금 상황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문제가 생길 가능성 때문에 아예 기회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 이건 교육적으로 봐도 명백한 손실입니다.
대통령이 제시한 해결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면 예산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충분히 보강한다
- 교사의 관리 부담이 크다면 추가 인력을 채용해 동행 지원한다
- 책임 부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활동을 취소하는 문화 자체를 제도적으로 교정한다
이 방향은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접근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안전을 포기로 해결할 것이냐, 지원으로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이중성, 저도 주변에서 봤습니다
제가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추억을 쌓아야 한다고 하죠.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면 어떻게 되냐고요? "왜 우리 아이한테 이런 일이 생겼냐"며 선생님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건 아니지만, 주변 교사들에게 한 번이라도 들어본 분이라면 이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겁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민원을 넣는 부모 본인도 어릴 때 소풍 가서 넘어지고,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몰래 과자 먹다 걸리고, 그런 추억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본인들이 지금도 회상하는 그 경험들을 정작 자기 아이는 못 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걸 교육심리학에서는 과잉보호(Overprotection)라고 부릅니다. 과잉보호란 아동의 자율적 경험과 실패 기회를 부모가 과도하게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아이의 사회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저하시키는 양육 방식입니다. 여기서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역경을 겪고 난 뒤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한국아동학회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 시기의 집단 활동 경험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청소년기 사회 적응력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지금 소풍 한 번 아낀다고 아이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의 핵심은 교사 개인의 의지나 용기가 아닙니다.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했을 때, 사고가 발생해도 교사 개인이 아닌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을 분담하는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는 겁니다.
교원배상책임보험(교사가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적 배상 책임을 지게 될 때 이를 보장해주는 보험 제도)이 이미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습니다. 쉽게 말해 보험은 있는데, 민원과 여론의 압박까지는 막아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도의 외형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체계가 뒤따라야 선생님들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발언이 단순한 훈시로 끝나지 않으려면, 교육부가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합니다. 안전요원 지원 예산 확보, 인솔 교원 법적 면책 범위 명확화, 그리고 학부모 대상 교육 문화 인식 개선까지 함께 가야 비로소 수학여행과 소풍이 교육 현장에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그때 수학여행 가서 이런 일이 있었잖아"라는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추억이 쌓이는 공간을 어른들의 두려움 때문에 없애서는 안 됩니다. 제도로 안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경험하게 해 주는 것, 그게 지금 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