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6,000선까지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셨나요?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엔 좀 다릅니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조 단위로 주식을 팔고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6조 원 넘게 순매도 중입니다. 그런데도 코스피는 계속 올랐죠. 도대체 누가 이 주식들을 사서 시장을 떠받치고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외국인 매도 속 코스피 상승의 비밀
2월 3일부터 2월 20일까지 시장 수급 현황을 보면 개인들은 6조 4천억 원어치 순매도를 했습니다. 외국인은 무려 7조 8천억 원을 순매도했죠. 여기서 순매도란 매수보다 매도가 더 많았다는 의미로, 해당 주체가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그런데 언론에서는 기관이 11조 5천억 원치 주식을 순매수했으니 걱정 없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엔 '기관이 샀으면 장기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장기 투자의 주축인 보험사는 오히려 4,5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연기금(국민연금 등)도 500억 원 순매도했습니다. 투신과 사모펀드는 1조 6천억 원 순매수했지만, 이들은 1월 말에 똑같은 금액을 팔았다가 되산 것에 불과했죠.
그렇다면 11조 5천억 원 중 대부분을 산 주체는 누구일까요? 바로 금융투자 회사들입니다. 이들이 무려 10조 2천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여기서 금융투자란 증권사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나 헤지 거래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제가 직접 증권사 리포트를 분석해봤는데, 이 10조 2천억 원 중 약 80%가 초단기 자금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자금의 정체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선물과 현물의 차익거래(약 3조 원, 30%). 둘째, ELS 델타 헤지(약 5조 원, 50%). 여기서 차익거래란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거래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선물이 비싸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서 그 차이만큼 이익을 챙기는 겁니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이 메커니즘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외국인들은 증거금 조금만 넣어서 선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러면 금융투자 회사들은 기계적으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죠. 이때 외국인들은 자기들이 보유한 현물 주식을 비싼 가격에 금융투자 회사들에게 팔고 빠져나갑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정상적인 시장 상승이 아닙니다.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전형적인 시장 조종 패턴이거든요.
ELS 헤지와 금융투자 순매수의 함정
금융투자 순매수 10조 원 중 절반인 5조 원가량은 ELS 델타 헤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ELS란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주가 지수나 개별 주식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입니다. 쉽게 말해 증권사가 '코스피가 한 번이라도 40%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시 8%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파는 상품이죠.
증권사는 ELS를 팔 때 위험을 중립화하기 위해 매도 포지션(쇼트)을 잡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급등하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고객이 환매를 요구할 경우 증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급하게 주식을 사서 포지션을 조정합니다. 이걸 델타 헤지라고 하는데, 델타란 기초자산(주가) 변동에 대한 파생상품 가격 변동 민감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구조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이 이 델타 헤지 메커니즘까지 정확히 알고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월 들어서 외국인들은 거의 매일 갭 상승으로 장을 시작시켰습니다. 갭 상승이란 전날 종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시초가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증권사들은 델타 헤지를 위해 무조건 주식을 급하게 사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2월 중순 시황을 확인했을 때, 장 시작과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에 대량 매수 물량이 들어오는 걸 봤습니다. 이게 바로 ELS 델타 헤지 물량이었던 거죠. 문제는 이런 매수가 증권사의 의지나 판단이 아니라 순전히 기계적인 대응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외국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갭 하락으로 돌아서면 어떻게 될까요? 증권사들은 반대로 엄청난 속도로 주식을 팔 겁니다.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차익거래를 하던 금융투자도 동시에 현물을 팔죠.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주가가 떨어질 때 지수를 받쳐주던 국민연금이 현재 매수 여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중 한국 주식 비중을 14.9%로 목표 설정했는데, 이미 작년 가을에 17%를 넘었거든요(출처: 국민연금공단).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현재는 아마 18~19%대일 겁니다. 더 이상 주식을 살 수 없는 상황이죠.
개인투자자 중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수익 실현 세력들도 이미 빠져나갔습니다. 저 주변에도 작년부터 투자해서 두 배 넘게 수익 낸 분들이 꽤 계시는데, 이분들은 대부분 2월 초중순에 청산했습니다. 이분들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목표 수익을 달성했고, 다른 대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거든요.
결국 현재 코스피 5,200~5,800 구간의 상승은 외국인들이 선물과 ELS 헤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만든 인위적 상승일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투자가 10조 원을 샀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이 돈은 언제든 10조 원이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는 불안정한 자금이거든요. 10조 원이면 코스피 지수를 600포인트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구조를 보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헤지(hedge)라는 단어는 원래 '위험 회피'를 뜻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헤지하면 오히려 시장 전체의 위험이 커집니다. 이번 코스피 급등도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래성 같은 느낌입니다. 외국인이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고, 그 순간 금융투자의 10조 원이 순매도로 돌아서면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좋습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역대급이죠. 하지만 아무리 기업이 좋아도 당장의 수급이 무너지면 주가는 떨어집니다. 엔비디아도 작년 가을 이후 엄청난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정체됐잖아요. 제 경험상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펀더멘탈과 수급의 균형입니다. 지금처럼 수급이 외국인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이 글은 주식을 사라 팔아라는 조언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코스피가 왜 오르는지, 그 이면에 어떤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셔야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분석을 하면서 우리 주식시장의 체계 시스템이 이렇게 외국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개미 투자자로서는 좌절스러운 부분이지만, 시스템을 바꿀 순 없으니 시스템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겠죠.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