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 눈을 한 번 의심했습니다. 해운대 모래축제 현장에서 70대 남성이 목발로 전시 작품을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작품 주변에 출입 통제선까지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시작된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온 축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저는 그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어떤 작품이 사라졌나
2025년 5월 21일 오후 4시 4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112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러시아 국적의 모래 조각가 일리야 필리몬체프가 완성한 '바다의 어머니들'이라는 작품이 훼손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한 70대 남성이 자신이 소지하던 목발로 작품 일부를 직접 부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모래 조각(Sand Sculpture)이란 단순히 모래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닙니다. 전문 작가들이 모래의 입자 밀도와 수분 함량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수작업으로 섬세한 디테일을 구현해내는 조형 예술의 한 분야입니다. 제가 과거 해운대 모래축제를 직접 방문했을 때도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한 모래 더미가 아니라, 수백 시간의 작업이 쌓인 결과물이라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해운대구청은 작품의 물리적 복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사건 당일 밤 1시경 철거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재물손괴(財物損壞)란 타인의 재물을 고의로 손상시키거나 기능을 해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366조에 규정된 범죄로,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재물손괴 혐의로 임의동행해 기초 조사를 진행했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가족에게 신병을 인계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소실된 작품의 핵심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작품명: 바다의 어머니들
- 작가: 일리야 필리몬체프 (러시아 국적)
- 훼손 일시: 2025년 5월 21일 오후 4시 4분경
- 훼손 도구: 남성이 소지하던 목발
- 처리 결과: 복구 불가 판단 후 당일 오전 1시경 철거 완료
출입 통제선을 넘었다는 것의 의미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작품 주변에는 엄연히 출입 통제선(Access Control Line)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출입 통제선이란 관람객의 안전을 보호하고 전시물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물리적 경계선을 말합니다. 미술관이든 야외 전시장이든, 이 선 안쪽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기본 관람 예절입니다.
"통제선이 있어도 별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선 하나가 작가의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몇 날 며칠을 작업해서 완성한 작품을, 그 약속을 무시하고 파손한 행위는 단순한 실수나 부주의가 아닙니다.
공공예술(Public Art)이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에 설치되는 예술 작품을 의미합니다. 야외에 설치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민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훼손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됩니다. 해운대 모래축제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공공예술에 해당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공공예술 관련 사업 예산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지만, 작품 보호를 위한 현장 인력이나 시설 기준은 아직 체계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어떤 분들은 "모래로 만든 거니까 어차피 사라질 거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논리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의 기준을 재료나 영구성에 두는 순간, 모래 조각뿐 아니라 수많은 임시 예술 형식이 존중받을 수 없게 됩니다. 예술의 가치는 재료의 내구성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술과 의미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이 드러낸 시민의식의 민낯
20년 가까이 이어온 해운대 모래축제가 이런 사건으로 화제가 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합니다. 제 경험상 모래 조각 작품은 완성 이후에도 유지 관리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형태가 망가지고, 습도나 바람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 작품을 직접 목발로 훼손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식(Civic Consciousness)이란 공공 공간과 공동체의 자산을 함께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의식을 말합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시민의식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70대 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기보다, 공공예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되짚어봐야 할 계기로 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경찰이 송치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고령이니까", 또는 "술을 마셨다면 정상참작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서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작가 입장이라면, 금전적 보상보다 제 작품이 복구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훨씬 더 가슴 아플 것입니다. 창작자에 대한 예의는 법적 처벌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및 예술 작품에 대한 재물손괴 피해 사례는 해마다 꾸준히 접수되고 있으며,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 법적 구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법제연구원).
해운대 모래축제는 다음 달 14일까지 계속됩니다. 이번 사건이 남은 기간 동안 작품을 찾는 시민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해운대 모래축제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출입 통제선 안쪽은 절대 들어가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면 통제선 바깥에서 충분히 찍을 수 있습니다. 작가가 쏟아부은 시간과 정성을 함께 기억하는 것, 그것이 공공예술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예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