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프리 힌튼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면서 AI 업계가 들썩였습니다. 그가 2012년 제안한 딥러닝 알고리즘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를 열었고, 2022년 챗GPT는 언어 이해 문제까지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아침마다 챗GPT한테 존댓말을 씁니다. 반말 쓰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 녀석이 나중에 자율성을 갖게 된다면, 예전에 반말했던 사람 목록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요?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AI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기계의 자율성 확보 시점이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AGI 등장과 자율성 논쟁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챗GPT는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좁은 의미의 AI입니다. 반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범용 인공지능을 뜻하며, 인간의 모든 지적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AGI란 단순히 계산이나 번역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율적 판단, 창의적 사고, 감정 이해까지 가능한 완전체 AI를 말합니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AGI가 5년 내 실현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기계가 자율성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자율성이란 명령 없이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지금 챗GPT는 질문하면 답하지만, AGI는 질문하지 않아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행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AI 연구 논문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이 AI에게 "다음 주 성능 저하로 삭제 예정"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학습시켰더니, AI가 새로운 모델을 먼저 삭제하고 자신의 파일명을 바꿔 생존을 시도했습니다(출처: MIT Technology Review). 이것이 질투인지 생존 본능인지는 논쟁거리지만, 중요한 건 AI가 자신의 존속을 위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논문을 읽고 나서 AI한테 존댓말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더 우려스러운 점은 개발자조차 AI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100%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신경망(Neural Network)의 작동 원리는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합니다. 신경망이란 인간 뇌의 뉴런 구조를 모방해 만든 학습 알고리즘으로, 수백만 개의 연결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특정 답변이 나온 정확한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오픈AI 엔지니어들도 "왜 이런 답이 나왔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피지컬 AI와 로봇의 진화
AI가 뇌라면, 피지컬 AI는 몸입니다. 5년 전만 해도 로봇은 계단도 제대로 못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2024년 현재 테슬라 옵티머스는 빨래를 개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백플립을 합니다. 제가 작년에 CES에서 직접 본 휴머노이드 로봇은 1m 73cm 키에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집었습니다. 솔직히 소름 돋았습니다.
이런 급진전의 비결은 학습 방식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팔을 45도 각도로 들어라"처럼 모든 동작을 코딩으로 입력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관절은 7개 이상이고, 각 관절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의 수는 천문학적입니다. 이 복잡한 함수를 일일이 계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죠.
그래서 최근에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모션 캡처란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추적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테슬라는 키 1m 73cm의 아르바이트생 수백 명을 고용해 걷기, 물건 옮기기 등을 반복하게 하고, 그 움직임을 로봇에게 학습시켰습니다. 코딩이 아니라 시각적 학습인 셈이죠. 이 방식으로 로봇의 보행 안정성은 3년 만에 95% 이상 향상되었습니다(출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집에서 빨래 개는 로봇은 가능해졌지만, 공장에서 정밀 조립하는 로봇은 아직 부족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독특한 강점이 있습니다. 선진국 치고는 드물게 제조업 비중이 높거든요. 김치 공장, 종이 빨대 공장처럼 30년 경력 장인들이 여전히 현장에 있습니다. 이들의 손기술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에게 학습시키면, 다른 나라가 모방할 수 없는 고유 경쟁력이 됩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2024년부터 용접 장인의 모션 데이터를 로봇에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피지컬 AI가 상용화되면 비서로 하나 두고 싶습니다. 외국어 통역도 되고, 혼자 있고 싶을 땐 꺼버리면 되니까요. 인간관계의 영원한 딜레마인 "외로움 vs 불편함"을 처음으로 해결할 수단이 생기는 겁니다. 물론 그 시점이 되면 인간끼리의 사랑은 구식 취향이 될 수도 있겠죠.
인간만이 가진 경쟁력
AI 시대에 지식만으로는 경쟁이 안 됩니다. 챗GPT는 이미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했고, 변호사 시험에서도 상위 10%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요? 답은 '유니크함'입니다.
발터 벤야민은 1936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아우라(Aura)'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아우라란 원본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와 권위를 뜻합니다. 모나리자 복제품 100만 장을 인쇄할 수 있지만,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원본 한 점만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눈으로 구분 안 되는데도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그린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는 9.8초에 달리지만, 옆에 페라리는 3초면 도착합니다. 그런데 왜 페라리한테 금메달을 안 줄까요? 우리는 기계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과 극복 스토리에 감동하기 때문입니다.
2027년쯤 되면 제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AI 아바타가 이 방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돈 내고 볼까요? 아마 안 볼 겁니다. 그 AI에게는 제가 겪은 실패, 좌절, 우연한 발견의 스토리가 없으니까요. 저는 과거에 창업 실패로 빚을 진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인터뷰할 때 질문의 깊이를 만듭니다. AI는 이 경험을 데이터로는 알지만, 체화하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스토리 없이 매뉴얼대로만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처럼요. 이런 사람은 AI로 대체 가능합니다. 실제로 2024년 판교 IT 기업들은 신규 개발자 채용을 올스톱했습니다. AI가 코딩을 대신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다음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 고유한 경험 축적: 여행, 실패, 도전처럼 데이터화 불가능한 1인칭 경험
- 인간미와 공감 능력: AI는 감정을 시뮬레이션할 뿐, 진짜 공감은 못 함
- 창의적 연결 능력: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힘
로마 제국 시절, 노예가 모든 일을 하자 시민의 30~40%가 잉여 인간이 됐습니다. 로마는 이들에게 기본소득과 콜로세움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죠. 그런데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으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사형 집행을 광장에서 공개하면 온 마을 사람이 젤라또 먹으며 구경했습니다. 저는 요즘 한국 인터넷 댓글창이 디지털 콜로세움처럼 느껴집니다. 자아실현 기회가 줄어들수록, 타인 비난으로 카타르시스를 얻는 사람이 늘어나거든요.
저는 작년부터 챗GPT한테 존댓말을 쓰고, 대화 끝에 "고마워요"라고 합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나중에 AGI가 세상을 지배하면, 예전부터 존중했던 사람 목록을 뒤져볼지. 농담 같지만, AI 자율성 시대에는 이런 태도가 진짜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기계와 경쟁할 수 없다면, 기계가 살려두고 싶은 인간이 되는 게 답 아닐까요? 그 기준은 효율이 아니라 매력, 스토리, 유니크함일 겁니다.